책책책 책속에서 15

험난함이 내 삶의 거름이 되어 - 류시화

기쁨이라는 것은 언제나 잠시뿐 돌아서고 나면 험난한 구비가 다시 펼쳐져 있을 이 인생의 길 삶이 막막함으로 다가와 주체할 수 없어 울적할 때 세상의 중심에서 밀려나 구석에 서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, 자신의 존재가 한낱 가랑잎처럼 팔랑거릴 때 그러나 그럴 때 일수록 나는 더욱 소망한다. 그것들이 내 삶의 거름이 되어 화사한 꽃밭을 일구어 낼 수 있기를 나중에 알찬 열매만 맺을 수만 있다면 지금 당장 꽃이 아니라고 슬퍼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험난함이 내 삶의 거름이 되어 - 류시화

가시나무 - 하덕규

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당신의 쉴곳 없네내 속엔 헛된 바램들로 당신의 편할 곳 없네내 속엔 내가 어쩔 수 없는 어둠 당신의 쉴 자리를 뺏고내 속엔 내가 이길수 없는 슬픔 무성한 가시나무 숲 같네바람만 불면 그메마른 가지서로 부대끼며 울어대고쉴곳을 찾아 지쳐 날아온 어린 새들도 가시에 찔려 날아가고바람만 불면 외롭고 또 괴로워슬픈 노래를 부르던 날이 많았는데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서당신의 쉴 곳 없네 가시나무 - 하덕규

가끔은 비 오는 간이역에서 은사시나무가 되고 싶었다. - 이정하

햇볕은 싫습니다.그대가 오는 길목을 오래 바라볼 수 없으므로,비에 젖으며 난 가끔은비 오는 간이역에서 은사시나무가 되고 싶었습니다.비에 젖을수록 오히려 생기 넘치는 은사시나무,그 은사시나무의 푸르름으로 그대의 가슴에한 점 나뭇잎으로 찍혀 있고 싶었습니다.어서 오세요, 그대.비 오는 날이라도 상관없어요.아무런 연락 없이 갑자기 오실 땐햇볕 좋은 날보다 비 오는 날이 제격이지요.그대의 젖은 어깨, 그대의 지친 마음을기대게 해주는 은사시나무. 비 오는 간이역,그리고 젖은 기적소리.스쳐 지나가는 급행열차는 싫습니다.누가 누군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빨리 지나가버려차창 너머 그대와 닮은 사람 하나 찾을 수 없는 까닭입니다.비에 젖으며 난 가끔은 비 오는 간이역에서그대처럼 더디게 오는 완행열차,그 열차를 기다리는..